영화로 보는 5분 유럽사 · EP.04
카이사르와 클레오파트라
악티움 해전이 동서양 세계를 바꾼 그날 — HBO "Rome"이 끝내 보여주지 못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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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막 · 카펫 등장 — 두 세계의 첫 만남
기원전 사십팔 년. 알렉산드리아 왕궁 회랑으로 긴 직물 뭉치 하나가 들어옵니다. 가죽 끈을 푸니까, 안에서 한 사람이 일어났어요. 스물한 살, 이집트의 마지막 파라오. 이름은 클레오파트라.
마주 앉은 사람은 쉰세 살, 카이사르. 공화정 로마의 종신 독재관입니다. 이 만남이, 서쪽 로마와 동쪽 헬레니즘 세계가 처음으로 운명을 섞은 시작점이에요.
2막 · 기원전 44년 3월 15일 — Ides of March
두 사람 사이에서 아들이 태어납니다. 이름은 카이사리온. 그 사 년 뒤, 카이사르가 원로원 회랑에서 쓰러집니다. 여러 차례 칼에 찔린 채로요. HBO 드라마 "로마" 시즌 2 보신 분은 기억하실 거예요. 브루투스도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그 순간, 로마는 후계자 없이 비었고 클레오파트라는 카이사리온을 데리고 이집트로 돌아갔습니다.
3막 · 두 세계 결합 — 키드누스의 황금 배
삼 년 뒤, 안토니우스가 나타납니다. 카이사르의 오른팔이었고, 동방 군대의 사령관이었어요. 클레오파트라는 그를 만나러 가지 않습니다. 그가 자기를 부르게 만들어요.
키드누스 강에 황금 배 한 척이 거슬러 올라옵니다. 자주색 돛, 은제 노, 향수가 가득한 갑판. 그 위에, 여왕 한 사람. 안토니우스는 그날부터 알렉산드리아에 머물렀고 서쪽의 옥타비아누스와는 갈라섰습니다.
4막 · 악티움 해전 ★ 기원전 31년 9월 2일
그리스 서북부, 악티움 곶입니다. 안토니우스·클레오파트라 함대 약 이백삼십 척. 옥타비아누스 함대 약 이백오십 척.
안토니우스 측은 거대한 갤리. 헬레니즘식 거함이에요. 옥타비아누스 측은 작고 빠른 리부르나. 지휘관은 아그리파. 다섯 시간의 충돌이 이어집니다.
그리고, 그 순간이 와요. 클레오파트라가, 자기 함대 육십 척을 데리고 남쪽으로 빠져나갑니다. 안토니우스가 그 뒤를 따라요. 함대는 사기를 잃었습니다. 헬레니즘 동지중해의 마지막 자율 함대가 그날 저녁, 가라앉았습니다.
5막 · 동서양 갈라짐 — 그날부터 다시 만나지 못했다
일 년 뒤, 옥타비아누스가 알렉산드리아에 입성합니다. 안토니우스는 검 위에 몸을 던졌고 클레오파트라는 마지막 편지를 보냅니다. "안토니우스 옆에 묻어 달라." 그녀는 스스로 마지막을 선택했어요.
삼백 년 프톨레마이오스 왕조가 그날 끝났고 이집트는 로마의 곡창이 됩니다. 옥타비아누스는 사 년 뒤 아우구스투스가 됐어요. 초대 황제. 로마 제정의 시작입니다.
그리고 동지중해의 자율 강대 권력은 사라집니다. 이후 비잔티움 천 년, 이슬람 천 년, 오스만 사백 년이 그 자리에 차례로 들어섰지만 헬레니즘 자체는 다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날부터 동서양은, 다시 만나지 못했어요.
📚 더 깊이 — 자료·도서
- HBO "Rome" (2005~2007) — 시즌 2가 카이사르 암살부터 안토니우스·클레오파트라까지
- Adrian Goldsworthy, "Antony and Cleopatra" (Yale, 2010) — 본 영상 주력 참조
- Tom Holland, "Rubicon" (2003) — 공화정 말기 정치사
- Stacy Schiff, "Cleopatra: A Life" (2010) — 클레오파트라의 학식·정치력
-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카이사르편·안토니우스편 (1차 사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