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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 | 2008년, 지후가 내게 준 것 — 신경섬유종, 그리고 END NF의 시작

shonelim 2026. 3. 15. 14:10

#009 | 2008년, 지후가 내게 준 것 — 신경섬유종, 그리고 END NF의 시작

 

📌 발행 정보 | 카테고리: 💛 희귀질환 × 가족 이야기 | 작성일: 2026년 3월 | 상태: 초안


들어가며

이 블로그는 AI 이야기를 씁니다.

그런데 오늘은 AI 이야기를 잠깐 접어두려 합니다.

내가 왜 희귀질환 환우회 회장을 하고 있는지, 왜 END NF라는 단체를 만들었는지, 그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요.

시작은 AI도 아니고 회사도 아니었습니다. 2008년에 태어난 한 아이였습니다.

우리 둘째 아들, 임지후.


2008년 — 참 눈에 넣어도 안 아플

 

2008년, 둘째가 태어났습니다.

참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것 같은, 소중한 아이였어요. 첫째를 키울 때와 또 달랐습니다. 이 아이도 그냥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하고 속으로 빌었습니다.

그런데 아들이 태어난 지 1년도 채 안 됐을 때였어요.

목에 뭔가가 생겼습니다.

처음엔 별거 아닐 거라 생각했어요. 아이들은 원래 이런저런 게 생기기도 하니까요. 그런데 이상했어요. 작은 혹 같은 게 목에 자리를 잡고 있었고, 점점 신경이 쓰였습니다.

걱정이 되어 병원을 찾아갔습니다.


들어보지도 못 했던 병명

의사 선생님이 진찰을 하더니 병명을 말씀해주셨어요.

신경섬유종.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들이 차차 무너져 내렸어요.

신체의 여러 부위에 종양이 생기는 병.

눈에 생기면 실명까지 갈 수 있고,

척추에 생기면 마비까지 올 수 있고.

그리고 가장 야속한 건, 나이를 먹으면서 그 종양이 함께 커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외모 때문에 마음이 힘들어져 공황장애가 오기도 하고, 심한 경우에는 자살까지 고민하는 우울증도 온다고 했어요.

 

우리 아들은, 종양이 척수신경과 목에 생겼어요.


기다릴 수 없었습니다

병원에서는 말씀하셨어요.

위험이 크고 부작용도 커서 지금 수술할 수 없다고.

생명이 위험해질 때 수술하자고.

기다리라는 말이었습니다. 생명이 위험해질 때까지.

그런데 저는... 그 기다림이 죽음처럼 느껴졌습니다.

마냥 기다릴 수가 없었어요.


6개월의 논문 탐색

저는 의사가 아닙니다. 서양사학과 출신입니다. 의학 논문을 읽는 훈련을 받은 적도 없어요.

그래도 했습니다.

국내에서 해외까지, 의학 논문을 샅샅이 뒤졌습니다. 6개월 만에, 아들과 비슷한 사례 하나를 발견했어요.

희망을 품고 그 연구팀에 메일을 보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답장이 없어도 보냈어요. 또 6개월이 흘렀습니다.


닥터 켄트, 그리고 미국

드디어 연락이 왔습니다.

고마운 '닥터 켄트'였어요.

2년 동안 준비해서, 미국으로 건너갔습니다.

3번이나 오갔습니다. 그런데 효과가 없었어요.

그 시간, 서울아산병원의 이범희 교수님이 약을 연구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4년의 여정, 그리고 치료제

이범희 교수님과 함께 4년이라는 긴 여정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치료제가 나왔습니다.

그 동안 목에 종양이 있었던 아들은 호흡이 쉽지 않아서, 편히 잘 수가 없었어요. 혹시 위험해질까 봐, 아이 엄마는 밤새 아들을 안고 있어야 했습니다.

치료제가 나온 후에야, 아들은 편히 잘 수 있게 되었습니다.

비록 종양은 없앨 수 없지만, 그저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희망을 나누고 싶습니다

신경섬유종.

본인이 그 병인지 모르는 사람도 있고, 내가 그 병이라는 걸 알지만 치료제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도 많아요.

신경섬유종 환우는 대부분 키가 작습니다. 커피반점이 있고, 종양의 크기 때문에 스스로 위축되어 지내는 사람도 많아요.

하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그 종양의 크기가, '열심히 살아왔다'는 증거입니다.

혹시 만나게 된다면, 따뜻하게 바라봐 주세요.


지후가 만든 END NF

지후가 없었다면, 저는 신경섬유종이라는 병을 평생 모르고 살았을 겁니다.

의학 논문을 뒤지지도, 대양을 건너지도, 수년을 기다리지도 않았겠죠.

그런데 그 모든 과정이 저를 바꿔놓았습니다. 치료제가 나온 지금도, 이 병을 모르고 있는 수많은 환우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진단받고도 치료제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가족들이 있다는 것도요.

그래서 시작했습니다. END NF (신경섬유종증 환우회).

지금 저는 그 단체의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환우들의 이야기를 모으고, 제도를 개선하고, 희망을 전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AI를 씁니다. 홈페이지도, 복지 정보 챗봇도, 청원 시스템도, 다 AI와 함께 만들었습니다. 기술이 환우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할 수 있다면, 그것이 제가 AI를 배우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이 블로그의 AI 이야기 뒤에는, 항상 지후가 있습니다.


💛 이 인스타툰은 @hallogugu 작가님이 저와 지후의 이야기를 담아 그려주셨습니다. 대국민 희귀·난치성질환 인식개선 캠페인의 일환으로 제작된 소중한 작품입니다. 작가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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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대기업 임부장의 AI 이야기" 블로그 연재 시리즈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END NF와 AI가 만나는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